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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된 기초가 있는 도시”
  • 깨어라!—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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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라!—1994
깨94 4/1 24-27면

“참된 기초가 있는 도시”

어느 도시에나 기초가 있지만, 참된 기초가 있는 도시라고 묘사될 정도면 분명히 영속할 도시일 것이다. 바벨론(바빌론), 페트라, 아슈르, 테오티와칸 같은 고대 수도들은 그런 묘사에 어울리지 않는다. 한때 사람 소리로 왁자지껄하던 그 도시들이 지금은 폐허가 되어 정적 속에 묻혀 있다. 그 도시들이 대표하던 나라들도 다를 바 없다.

현대 국가의 수도들 역시 기초에 대해서는 대체로 자신 만만해 한다. 수도라고 해서 꼭 국가의 가장 큰 도시는 아니지만, 한 나라의 수도 역할을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규모에 관계없이 명성을 얻는다. 네 가지 예를 살펴보자.

다소 이중성을 띤 도시

1790년, 미국 의회는 국가의 영구 행정부 소재지가 기존의 어떤 주 영역에도 속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하였다. 그래서 그 취지를 살려 컬럼비아 특별구라는 별도 지구를 만들었다. 미국 동부 해안 지대 컬럼비아 특별구에 자리 잡은 워싱턴 시를 워싱턴 주와 혼동하지 않아야 하는데, 워싱턴 주는 미국 수도에서 북서쪽으로 수천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 태평양 연안에 있다.

프랑스 공학자 피에르 랑팡이 1791년에 완성한 원래 설계도에서는 공원들과 널따란 공간으로 잘 짜인 배경 속에서 국회 의사당과 나머지 연방 건물들이 돋보일 수 있게 하였다. 대통령 관저는 결국 아일랜드 건축가 제임스 호번이 설계하였다. 이 관저의 회백색 사암은 근처의 붉은 벽돌 건축물과 뚜렷한 대조를 이루었기에 얼마 뒤 백악관이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이 이름을 공식 채택한 때는 1902년이다.

어느 모로 보나 워싱턴은 독특한 도시다. 연방 건물들에 더하여, 300개가 넘는 기념관과 기념물과 동상은 수많은 정치인들의 시간제 가정인 이 도시를 꾸며 준다. 그리고 한 자료에 따르면, 이 도시에는 적어도 5만 5000명의 법률가와 1만 명의 언론인이 산다!

워싱턴 시는 “아메리카의 가장 흉한 면과 가장 좋은 면을 반영한다”고 한다. 가장 흉한 면에는 미국의 모든 도시가 시달리는 문제도 포함되는데, 몇 가지를 꼽자면, 실직, 오염, 범죄, 기준 미달 주택, 인종적 긴장이 있다. 한 유명한 참조 자료에서 말하듯이, 워싱턴 시는 “추한 모습과 범죄로도 악명 높은 한편, 갖가지 실로 경탄스럽게 아름다운 것들로 유명하기도 한 다소 이중성을 띤 대도시”다.

제삼 로마?

얼마 전까지만 해도, 워싱턴과 모스크바의 공통점이라고는 화이트 하우스(백악관)—러시아 공화국 의사당도 대리석으로 된 겉모양 때문에 이런 별칭이 붙었음—와 메트로라는 잘 짜인 지하철 노선밖에 없었다.

모스크바의 메트로는 빠르고도 요금이 싸며, 일반 지하철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아름다움도 지니고 있다. 1993년 8월 당시, 지하철 요금은 거리에 관계없이 미화 1센트(약 8원) 정도였다. 일부 역들은 대리석으로 지었으며, 내부에는 커다란 그림들과 조각품, 다채로운 프레스코화가 있는 천장이 있다. 승객들이 역에서 지하철까지 내려갔다 올라오는 데 이용하는 에스컬레이터는 상당히 빠른 편이다.

모스크바는 러시아에서 유서 깊은 도시로 손꼽는데, 전해 내려오는 바로는 1147년에 세워졌다고 한다. 15세기에, 새로 형성된 통합 러시아 국가의 수도가 되었다가, 1712년에 페테르부르크에 수도 자리를 내주었다. 2세기가 지난 1918년, 볼셰비키 혁명 뒤, 모스크바는 다시 러시아의 수도가 되었고, 또한 새로 형성된 소비에트 연방(소련)의 수도가 되었다.

크렘린은 수십 년간 공산주의의 상징이자 모스크바의 구심점으로서, 동쪽으로 붉은 광장과 접해 있다.

붉은 광장 남단에 성 바실리우스(바실리) 대성당이 있는데, 이것은 16세기 중엽, 뇌제(雷帝)로 더 잘 알려진 황제 이반 4세가 지은 것이다. 그 설계와 화려한 색깔이 독특하다. 전승에 따르면, 이 건물을 다 지은 뒤 그 건축가의 눈을 멀게 해서 다시는 그런 건물을 지을 수 없게 하였다고 한다.

수세기 동안 크렘린 벽 안에서 정치와 종교는 손잡고 지냈는데, 특히 1326년, 모스크바가 러시아 정교회의 중심지가 된 뒤부터 그 안에 있는 성당들은 그 일을 말없이 지켜보았다. 나중에 모스크바는 “제삼 로마”로 알려졌으며, “러시아인들은 자기들이 종교 진리의 최후 수호자로서 하느님의 은총을 받는 특별한 위치에 서 있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그러나 레닌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는, 붉은 광장의 영묘와 크렘린 벽 안에 있는 다른 무신적인 공산주의자들의 무덤은 그 말이 헛된 주장임을 드러내 준다.

희망의 수도?

일찍이 1789년, 브라질 내륙에 수도를 건설하려는 구상이 제시되었으며, 1891년에 헌법에 명시되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1956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부지를 정했다. 4년 뒤, 브라질 연방 정부는 리우데자네이루에서 1000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새 수도로 이전하기 시작하였다.

도시 전체가 비교적 짧은 기간에 건설된 것은 놀랄 만한 일이었다. 브라질의 많은 사람은 이 도시가 앞으로 브라질이 위대해질 것을 상징한다고 자랑스럽게 여겼다. 이들은 이 도시가 세계에서 으뜸 가는 현대식 도시라고 예찬하며, “희망의 수도”라고 하였다. 브라질리아에서는 인상적인 현대 건축 양식을 볼 수 있으며, 질서 있게 개발되었기에 대규모 도시 계획의 뛰어난 본이 된다.

“브라질리아의 목적은 국가의 내륙에 주의를 집중하여 내륙 정착과 미개발 자원의 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신 브리태니카 백과 사전」은 말한다. 이 목적을 어느 정도 달성하였다. 그러나 워싱턴 시가 지금 컬럼비아 특별구보다 무려 40배나 커져 대도시가 되었듯이, 브라질리아도 커졌다. 당초 계획대로 60만 명만 사는 것이 아니라, 지금 그 곳과 주변 위성 도시들에 160만 명이 넘게 살고 있다. 일부 지역의 생활 형편은 그리 좋지 않다.

도시의 바람직한 면이 오히려 방해물이 되는 경우도 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지는 이렇게 지적한다. “브라질리아의 특징은 조각 공원과 미래의 달 정착지를 대충 섞어 놓은 것 같다.” 「세계 상태」(Das Bild unserer Welt)는 이렇게 지적한다. “지금까지도 새 수도인 브라질리아에서 도시 분위기를 느낄 수 없다. 오히려 이 시범 도시에서는 신비술, 사교 집단, 사이비 종교들이 다른 어느 곳보다 많이 생겨났는데, 이는 사람들이 공허함과 외로움에 대해 나타내는 반작용이다.”

이렇듯, “희망의 수도”에도 분명히 특정한 약점이 있다. 이 도시의 다소 쓸쓸하고 메마른 분위기와 확 트인 공간—대개 대도시에서는 선뜻 환영하는 것—은 정치인과 사무직 근로자들이 주말과 휴일에 도시를 떠나고 나면 유난히 두드러진다.

산 높은 곳에

세계 십대 산 중에서 여덟 개는 부분적으로 혹은 전부가 네팔의 국경 안에 있다. 그러니 네팔의 수도가 해발 1300미터 지점에 있다고 해도 놀랄 게 없다. 대도시들 인구에 비할 때, 카트만두의 인구 23만 5000명은 그리 많은 편이 아니다. 네팔 인구 80명당 한 사람이 수도에 사는 셈이다.a

수도는 카트만두 계곡에 있는데, 고대에는 호수였다. 계곡의 크기는 폭이 19킬로미터에 길이가 24킬로미터지만, 그 크기만 가지고 중요도를 평가할 수는 없다. 이 곳은 수세기 동안 인도와 중국, 티베트를 잇는 주요 대상로의 막강한 무역 중심지였다. 산악 국가에서는 농지가 언제나 적을 수밖에 없기에 그 계곡에 있는 도시들이 너무 커져서 국가에 귀중한 옥토가 없어질까 봐 걱정들 한다. 괜한 걱정이 아니다. 카트만두 인구는 1960년 이래 갑절 이상 늘었다. 2020년 무렵에는 이 계곡의 60퍼센트 가량이 도시로 변할 것이라고 한다.

네팔에서 하나뿐인 대도시 카트만두는 오랫동안 이 나라의 사회, 경제, 정치 문제를 주도해 왔으며 종교 문제도 주도해 왔다. 「종교 백과 사전」(The Encyclopedia of Religion)에서 지적하는 바에 따르면, 카트만두 계곡에는 “강한 종교색을 띤 복잡한 이념과 예술 형식이 이어져 왔다. ·⁠·⁠· 히말라야 지역 중 이 곳만큼 불교와 힌두교가 밀접하게 얽혀 있는 데는 없다.” ‘깨달음을 얻은 자’ 곧 붓다라고 알려진 고타마 싯다르타가 태어난 곳이 카트만두에서 남서쪽으로 240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네팔의 룸비니일 것이라는 점은 흥미있다.

물론 거의 2500년 전 이야기다. 좀더 최근인 1960년대에 네팔과 카트만두에 건너온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은 히피 세대로서 “깨달음”을 얻으려고 왔다.

참된 기초가 있는 도시

오랜 세월에 걸쳐 인간은 도시를 세우고 도시에서 같은 사람을 다스렸다. 그러나 역사를 통해 배우게 되는 비참한 교훈은 “걸음을 [올바로] 지도함이 걷는 자에게 있지 아니”하다는 것이다.—예레미야 10:23; 전도 8:9.

도시들은 분명히 심각한 곤경에 처해 있다. 도시들이 대표하는 정치 제도가 그러하듯이 도시들도 생존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 인간 통치라는 허약한 기초가 무너지고 있다. 하지만 “하나님의 경영하시고 지으실 터가 있는 성[“참된 기초가 있는 도시”, 「신세」]”의 기초는 그렇지 않다.—히브리 11:10.

성서는 이 도시를 하늘의 예루살렘이라고 한다. (히브리 12:22) 적절한 이름인데, 예루살렘은 하나님을 대표한 나라였던 고대 이스라엘의 지상 수도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늘의 예루살렘은 하나님의 우주 조직의 수도로서 참된 기초를 가지고 있다. 영원하신 하나님께서 친히 그 도시를 세우셨기 때문이다. 시편 46:5은 예언적으로 이렇게 말한다. “하나님이 그 성[“도시”, 「신세」]중에 거하시매 성이 요동치 아니할 것이라.”

인간 통치는 요동하며 끝나가고 있다. “각 나라와 족속과 백성과 방언에서” 나온 수백만에 달하는 사람은 그 사실을 인정하여 지혜롭게 하나님의 다스림에 열렬히 복종하고 있다.—시 47:8; 계시 7:9, 10.

잊지 않아야 할 것은, 새 예루살렘이 산 높은 곳에 있는 카트만두보다 더 높은 곳에 있다는 사실인데, 그것은 하늘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새 예루살렘을 통해 흐르는 “수정같이 맑은 생명수의 강”은 워싱턴 시의 포토맥 강물이나 크렘린 곁의 모스크바 강물보다 더 순수하고 더 효능 있음을 잊지 말자. (계시 22:1, 2) 새 예루살렘은 공허감이나 외로움을 일으키기는커녕 “모든 생물의 소원을 만족케 하시”는 하나님의 수단이다.—시 145:16.

세계 도시들이 심각한 문제로 투쟁하고 있지만 전혀 희망이 없는 것이 아님을 아는 것은 실로 기쁜 일이 아닌가! “참된 기초가 있는 도시”가 있기에.—도시에 대한 연재 기사 중 마지막 기사.

[각주]

a 이와는 달리 니카라과의 마나과에는 국민 여섯 명당 한 사람이 살며, 세네갈의 다카르에는 국민 네 명당 한 사람이 산다.

[24면 삽화]

워싱턴 D. C. 백악관

[25면 삽화]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 있는 성 바실리우스 대성당

[26면 삽화]

네팔, 카트만두의 힌두교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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