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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88 1/15 12-15면

파킨슨병을 견디며 살아가는 일

나의 어머니를 처음 만나는 사람은 나의 어머니가 파킨슨병 환자라는 사실을 거의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때때로 증상이 나타나지만, 어머니는 아직도 장을 보러 가고 집안을 청소하고 일상 생활의 정상 활동을 거의 다 할 수 있다.

그러나 12년 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그때 나는 어머니가 파킨슨병 환자로 진단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머니를 방문하기 전에 사전 지식을 갖추고 싶었다. 그래서, 여행 전에 그 병에 관한 책을 많이 읽었다. 그랬는데도 나는 어머니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활발했던 어머니가 마치 자동 인형처럼 움직였다. 어머니의 양팔은 뻣뻣해져서 몸 양편에 붙어 있었고 손가락은 부자연스럽게 펴져 있었다. 항상 그러했던 것처럼 똑바로 서기는 하였지만, 발을 질질 끌며 짧은 걸음을 내디뎠고, 너무나 느리게 걸었기 때문에 겉보기에는 예전의 활력이 없는 것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내 가슴을 철렁하게 한 것은 어머니의 얼굴이었다. 그것은 마치 가면과 같았는데, 나뭇조각 같고 무표정했다. 어머니는 단지 입으로만 웃을 뿐 눈은 그대로였다.

어머니는 정확한 진단을 받기까지 2년 동안 많은 의사들을 찾아다녀야 했다고 나에게 말해 주었다. 많은 환자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어머니의 초기 증상들로는 명확한 진단을 내리기가 어려웠는데, 관절과 근육이 몹시 아프고 머리를 감거나 이를 닦는 일조차 힘든 일이 되었다. 증상들은 점점 심해져서, 잠자리에서 돌아눕기가 어려워졌고,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였다. 걷는 일이 점점 힘들어졌다. 그리스도인 봉사에서 활동적으로 일하는 것을 즐겼으나, 말조차 분명히 할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있게 되자 활동을 줄일 수밖에 없게 되었다.

어머니를 보고 충격을 받은 나는 이 문제를 깊이 파고 들었다. 이 병의 원인은 무엇인가? 나을 수 있는 병인가? 나도 언젠가 걸릴 것인가? 이 병에 걸린 사람은 어느 정도나 활동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가?

내가 곧 알게 된 사실은 놀랄 만큼 많은 수의 사람들—150 내지 200명당 한명—이 파킨슨병에 걸린다는 점이었다! 미국 파킨슨병 협회에 따르면, 미국에만도 100만에서 150만명에 이르는 환자가 있다고 한다. 다행히도, 치료를 잘 받으면 대부분의 환자들이 매우 잘 살아갈 수 있다.

어떤 병인가?

이 병에 이름이 붙게 된 제임스 파킨슨은 1817년에 이 병에 관해 썼다. 다음과 같은 그의 묘사는 지금까지도 매우 정확하고 완벽하다. “운동중이 아닌 부위에, 근육의 힘이 약화된 채 발생하는, 무의식적으로 떨리는 동작으로서, 가만히 있으려 해도 멈추지 않음; 몸통이 앞으로 구부러지는 경향 및 걸음 동작이 뜀 동작으로 바뀌는 경향이 있으며, 감각과 지능은 손상받지 않음.”a

나에게 큰 위안을 준 것은 마지막 부분의 내용이었다. 즉 어머니의 지능과 감각은 보존될 것이라는 점이었다! 어머니는 맛있는 음식을 맛보고 음악을 들어 기쁨을 얻고 좋은 책을 읽어 감동과 재미를 느끼고 또 그토록 사랑하는 많은 아름다운 창조물들 중 어떤 것이라도 즐기는 능력을 잃지 않을 것이었다. 내가 목격했던 부자연스러운 동작과 반응은 어머니 안에 아직도 아주 뚜렷이 살아 있는 예리한 정신과 무관한 것이었다.

파킨슨은 그 병을 묘사하면서 “무의식적으로 떨리는 동작”을 서두에 언급하였다. 이 느리고 율동적인 떨림은 특히 손에 일어나며 가장 눈에 잘 뜨이기 때문에 나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파킨슨병과 연관짓는 증상이다. 실제로 파킨슨병을 진전 마비라고도 부르는데, 진전은 떨림을 뜻한다. 그러나 어머니에게는 이 증상이 없었고 지금까지도 없다. ‘왜 없을까?’ 하고 나는 의아해 했다.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신경병학 부교수인 리오 트레시오카스는 알려지지 않은 어떤 이유로 인해서 상당수의 환자들에게 떨림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해 주었다. 떨림이 주된 증상인 환자들도 있다.

그러나, 파킨슨병 환자 모두에게는 두 가지 증상이 있는데, 거의 언제나 떨림이 오기 전에 발생하는, 근육이 굳어지는 혹은 뻣뻣해지는 것과 무동증(無動症)이라고 하는 것—굳어진 근육들을 반자동적으로라도 움직이려는 경향이 무의식적으로 결여된 증상—이 있다. 그 결과 움직임이 느려져 운동 완서(運動緩徐)가 된다. 어떤 신경병학자들은 걸음 걷는 일과 균형을 잡는 일에서의 어려움을 주된 증상과는 별도로 열거한다.

근육이 뻣뻣해지는 것은 사실상 근육들이 계속 서로 잡아당기기 때문에 오는 결과이다. 몸을 구부리게 하는 근육들이 몸을 펴게 하는 근육들보다 더 영향을 받기 때문에, 파킨슨병 환자는 점점 구부린 자세를 취하게 된다. 이로 인해 근육과 관절에 심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이 증상을 초래하는 것이 무동증이다. 건강한 사람은 일어나는 일, 걷는 일, 돌아서는 일, 멈추는 일, 심지어 웃는 일과 같은 아주 기본적인 동작에 작은 반사 작용이 많이 수반된다. 그런데 파킨슨병 환자는 이 반사 작용 중 많은 부분이 없거나 의식적으로 노력을 해야 작용한다. (이 때문에 어머니가 그토록 무표정하고 기계적으로 보였던 것이다.) 게다가, 이를 닦을 때 하는 일같이 짧게 반복하는 동작을 하기가 힘들다. 글씨는 보통 써 내려갈수록 작아지게 되고 처음 몇 글자를 지나면 알아보기 어려운 모양이 된다. 환자들은 앉은 채로 응시하는 경향이 있고 다른 곳을 보려고 할 때에는 머리를 움직이기보다 눈을 움직인다. 하지만 어리석거나 게으른 것은 아니다.

걷는 일과 균형을 잡는 일에서의 어려움도 현저해지는 것이 보통이다. 나의 어머니도 다른 환자들과 마찬가지로 정상적인 걸음 폭으로 걷기 전에 여러 번의 짧은 걸음을 걸어야 한다. 대부분이 발을 계속 끌면서 걸으며, 많은 환자들은 가속(加速, 페스티네이팅) 보행을 한다 (서두르다는 의미를 가진 라틴어 페스티나르에서 유래하였음). 앞으로 기울어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짧은 걸음걸이가 점점 더 빨라져서 거의 뛰다시피 하게 되며, 어딘가에 기대어 몸을 지탱하든지 아니면 누가 붙잡아 주지 않으면 넘어지게 된다. 걸음을 제어할 수 있다 하더라도, 장애물이 나타나거나 에스컬레이터 앞에 서거나 심지어 바닥에 선이 그어져 있는 등 균형을 잃게 할 만한 요소가 무엇이든 나타나면 환자는 균형을 잃고 쓰러지거나 몸이 굳어지기까지 한다.

할 수 있는 일

최근에 이르러서야 이러한 마음을 아프게 하는 증상들이 더 이상 예전처럼 사람을 무능하게 하지 않게 되었다. 사실상, 20년이 채 안 되는 동안 이룩된 의학의 진보로 인하여, 이제 파킨슨병 환자들은 자신의 병에도 불구하고 매우 생산적인 삶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그 증상들은 두 가지 신체 화합물인 도파민과 아세틸콜린 간의 뇌 속에서의 불균형 때문에 일어나므로(15면 네모 안 참조), 의사들은 일반적으로 그 균형을 회복시키고자 노력한다. 어떻게 말인가? 혈류를 통해 뇌에 도파민을 공급함으로써 이다. 하지만, 도파민 자체는 혈액 뇌 장벽이라고 하는 것을 통과하지 못하므로 신체 내에서 소모되어 버린다. 그러나, 레보도파 또는 엘-도파라고 부르는 또 하나의 화합물은 통과할 수 있다. 엘-도파는 뇌의 속과 바깥 양편에서 정상적 신진 대사에 의해 도파민으로 바뀌게 된다.

엘-도파를 치료량만큼 투여하면 부작용이 많다. 왜냐하면 뇌에 도달하기 전에 많은 양의 엘-도파가 도파민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 억제제가 첨가된다.

이 치료는 효과적인가? 많은 경우에 그렇다. 파킨슨병 환자를 무능하게 만드는 주된 증상들 (근육의 뻣뻣함, 무동증, 걸음걸이와 균형 유지의 곤란, 이따금씩의 떨림)이 감소되는 일이 많고 어떤 경우에는 극적으로 감소한다. 사실상, 파킨슨병 환자는 현재 정상인과 거의 동일한 예상 수명을 가질 수 있다. 그러면 이러한 치료법은 그 효력을 온전히 발휘하는가? 불행히도 그렇지 못하다. 오직 신체만이 도파민의 정확한 필요량을 알며 정밀한 용량을 정상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 입을 통해 그것을 공급하는 것은 차선책일 뿐이다.

어떤 사람의 경우는 엘-도파에 대해 즉각적인 거부 반응이 나타나며 반응이 양호한 사람일지라도 세월이 흘러가면서 효과가 감소하기 때문에 다른 치료 방법들이 또한 사용된다.

환자가 할 수 있는 일

그러나 그 외에 할 만한 다른 일들은 없는가? 매우 중요한 일들이 있다. 그중 하나는 정기적인 운동이다. 움직임이 어렵고 종종 고통스러우며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문제가 되기 때문에 파킨슨병 환자는 대체로 활동을 거의 안 하게 된다. 하지만 운동을 하지 않으면 모든 상태가 악화된다. 근육과 관절은 더 뻣뻣해지고 굳어지게 될 수 있다. 혈액 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다른 병이 생길 수 있다. 소극적이 되어 결국 남에게 완전히 의존하려는 경향을 띠게 될 수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신경병학자들은 정기적 운동 계획이 건강과 기동성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물론, 이 점에 있어서 환자들은 각기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적당한 거리를 걷는 일, 수영, 특히 신체를 펴고 뻗치는 운동 같은 간단한 매일의 운동이 근육의 유연성과 힘 및 새로운 화학적 환경에 적응하는 뇌의 능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파킨슨병이 일으키는 걷기, 말하기, 글씨 쓰기 면에서의 근육 비협조 문제는 의식적 노력에 의해 개선될 수 있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 대학교 의과 대학과 미국 파킨슨병 협회는 걷거나 말하거나 글씨를 쓸 때 천천히, 신중히 행동할 것을 권한다. 그렇게 하면 뇌에 있는 상위 운동 중추가 상실된 자연 반사를—적어도 어느 정도는—보완하는 방법을 익히게 된다.

다른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

주위 사람들도 도움을 줄 수 있다. 「파킨슨병 환자 편람」(A Manual for Patients With Parkinson’s Disease)은 걷기가 곤란한 사람을 돕는 방법을 이렇게 제안한다. “부드럽게 부축해 주거나 손을 잡도록 해주는 것으로써 환자가 다시 출발하도록 돕는 데 충분할 것이다. 항상 환자가 도와주는 사람의 손이나 팔을 잡게 하고, 환자를 ‘잡아서 이끌지’ 않는 것이 좋다. 갑자기 환자의 손이나 팔을 움켜쥐면 환자는 더욱 균형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격려는 특히 도움이 된다. 해리슨의 「내과학 원리」(Principles of Internal Medicine) (1983년)에서 이렇게 말한 바와 같다. “증상의 정도는 감정적 요인에 의해 상당한 영향을 받아 불안, 긴장, 불행에 의해 악화되고, 환자의 정신이 만족한 상태에 있을 때 최소화된다. ·⁠·⁠· 환자는 병이 주는 스트레스를 직면하는 데 있어서, 병의 성질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병을 견뎌가며 용기있게 살아가는 데 있어서 종종 많은 감정적 지원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사랑에 찬 관심, 돌봄, 안심시키는 일은 파킨슨병을 견디며 살아가는 사람을 돕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의학은 이 병의 원인을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따라서 치료책을 제시할 수가 없다. 하지만 나의 어머니는, 창조주께서는 치료하실 수 있으며 그리스도 예수에 의한 그분의 왕국 아래에서 그러한 치료책을 마련하실 것임을 알고 힘을 잃지 않았다. (이사야 33:24; 누가 9:11; 계시 21:1-4) 그때까지, 어머니와 다른 많은 환자들은 파킨슨병을 성공적으로 대처하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기고.

[각주]

a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중증의 파킨슨병 환자에게서 종종 가벼운 정신 쇠약 상태를 보게 된다고 한다. 이 치매는 치료를 받아도 발생할 수 있으며, 적당한 정신적 자극과 대화가 부족하면 더 심해질 수 있다.

[14면 네모]

파킨슨병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물리적 방법들b

◼ 앞으로 경사진 딱딱한 의자가 낮고 푹 들어가는 부드러운 의자보다 일어서기가 쉽다.

◼ 침대 옆과 변기 옆의 가로장은 환자가 일어서는 데 도움이 된다.

◼ 침대 끝에 끈을 매어 놓고 당길 수 있게 하면 환자가 일어나 앉거나 돌아눕는 데 도움이 된다.

◼ 목욕 용품들을 담은 통을 어깨 높이에 두고 비누를 줄에 매달아 놓고 손잡이가 달린 스폰지를 준비하면 샤워할 때 편리하다.

◼ 의복에 있어서 단추나 지퍼보다 벨크로같이 접착식으로 분리 부착되는 방식의 옷이 다루기 쉽다.

[각주]

b 미국 파킨슨병 협회에서 발행한 소책자 「파킨슨병 환자의 일상 생활 활동에 도움이 되는 보조물, 장비, 제안」(Aids, Equipment and Suggestions to Help the Patient With Parkinson’s Disease in the Activities of Daily Living)에서 제안된 것임.

[15면 네모와 삽화]

파킨슨병의 원인은 무엇인가?

의학계에서 1960년대에 이르기까지 알고자 했던 것이 바로 그 점이다. 사실상, 근본 원인은 아직도 알려지지 않았으나 증상의 원인은 발견되었다.

뇌간(腦幹) 내에, 귀 꼭대기와 비슷한 위치에, 흑질(黑質)이라고 불리는 검은 신경 조직판이 있다. 이 흑질은 뇌의 자동 제어 장치의 한 부분으로서, 신경 전달 물질인 도파민을 생산하며 이 도파민은 뇌 속 깊숙한 곳에서 신체의 움직임을 조절하고 부드럽게 하는 데 사용된다.

파킨슨병 환자의 경우는 이 신경 조직의 80퍼센트 이상이 소실되어 있다. 도파민이 부족하기 때문에 또 하나의 신경 전달 물질인 아세틸콜린과의 중요한 균형이 무너지게 된다. 이것이 증상을 일으킨다.

왜 흑질이 퇴화하며 왜 그것만 퇴화하는지는 아직도 의문에 싸여 있다. 현재 감수성이 유전된다는 증거는 다소 있지만 파킨슨병은 분명히 유전되지 않는다. 어떤 경우에는 그러한 증상을 일으키는 요인이 파킨슨병에 있는 것이 아니고 고혈압이나 정신 장애 치료에 때때로 사용되는 레세르핀이나 페노티아진 같은 특정 약물에 대한 부작용에 있다. 이 약물들의 사용을 중단하면 일반적으로 정상을 회복한다. 최근에는 헤로인과 유사한 외양과 효과를 가진 새로운 “특수 제조약”이 원인인 경우도 있다. 이 약들을 잘못 복용하면 복용한 사람의 흑질을 돌이킬 수 없게 파괴하여 진짜 파킨슨병과 구별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한다.

[삽화]

흑질

    한국어 워치 타워 출판물 (1952-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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